비용 부담에 안전요원 꺼리는 수영장들…AI가 사고 막는다
여름철이면 바다로 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떠나는 인파가 줄을 잇는데요. 그만큼 관련 사고도 증가합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익수사고로 총 811명이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이중 약 18%는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익수사고로 인한 병원행은 수상 활동이 많아지는 여름(43.2%)에 집중됐는데요. 특히 휴가 기간이 몰린 7월과 8월에는 내원율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물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준비 운동을 하고 실력에 맞지 않는 깊은 물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요. 또한 현장에 상주하는 안전요원들의 지시에 따라 조심하며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수영장 안전요원 배치는 필수…그런데 없는 곳도 있다?
물놀이장이나 공공 체육관 내 수영장을 방문하게 되면 빨간 옷을 입고 감시탑에 앉아 이용객들을 관리하는 수상 안전요원을 볼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수영장을 운영하려면 안전요원을 필수로 배치해야 하는데요. 이와 함께 체육지도자도 바닥면적 400㎡를 기준으로 이보다 작다면 1명 이상, 클 경우에는 최소 2명 이상을 배치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일부 호텔이나 아파트 체육센터는 안전요원없이 운영됩니다. 비영리 목적의 시설은 의무 배치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호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거나 입주민만을 위한 수영장의 경우 따로 별도 이용료를 받지 않는 만큼 비영리 시설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비영리 체육시설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2월 부산 진구의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는 4세 아동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숨진 아동은 수영 강습을 받다가 몸에 착용한 보조기구가 철제 사다리에 끼어 변을 당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강사는 다른 수강생을 지도하느라 뒤늦게 아이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공주택 내부에 있는 체육시설은 주민 복리를 위한 부대시설로 분류되기에 해당 수영장은 안전요원을 채용할 법적 의무가 없었는데요. 이에 유족들은 30명 이상 대규모로 운영되는 비영리 체육시설을 ‘다중체육시설’로 규정해달라는 청원을 냈습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아파트 내 공공주택 복리시설에 대한 안전·위생 기준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요.
2021년 아파트주거환경통계에 의하면 전국 아파트 주민운동시설은 총 1만1587개소에 달했습니다. 권역별로는 경기가 3608개소로 가장 많은데요. △서울(1674개소) △경남(876개소) △부산 (707개소) △인천(638개소) 등의 지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많은 운동 시설들을 방치할 경우 또 다른 사고와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공동 주택 관리 주체가 안전·위생 기준을 수립·시행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그러나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가 종료됨에 따라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또한 호텔의 경우 기업이 수영장을 어떤 시설로 등록했는지 사정이 각각 달라 대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인데요. 투숙객들의 편의를 위해 부대시설로 체육관이나 수영장을 운영하는 호텔은 사고가 발생해도 법망을 빠져나오기 쉽습니다. 고객 부주의로 인한 사고나 부상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하면 그만인 건데요. 실제 상당수 일부 호텔에서는 수영장이나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에게 위생·안전 이용 동의서를 받고 있었습니다.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 ( 약칭: 체육시설법 )
제23조(체육지도자의 배치) ①체육시설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체육시설에 체육지도자를 배치하여야 한다.
제24조(안전ㆍ위생 기준) ①체육시설업자는 이용자가 체육시설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관리 요원 배치, 수질 관리 및 보호 장구의 구비(具備) 등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안전ㆍ위생 기준을 지켜야 한다.
◇영리 목적 수영장도 사고 위험 노출
영리 목적 수영장의 안전사고 대책은 어떨까요? 마음 놓을 수 있는 수준일까요?
영리 목적 수영장도 안전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안전요원 채용 과정부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자리 중개 사이트에서는 현재 여름철을 맞아 개장한 전국 각지의 물놀이장에서 수상 안전요원을 수행할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이에서 인명구조 자격증 소지를 필수 조건으로 두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자격증 보유는 채용 우대 사항으로 걸려있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입수만 가능하다면 근무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업체도 존재합니다. 안전요원 배치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사고 발생시 적절한 대처가 가능할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럼 강습이 이뤄지는 실내 수영 센터는 사정이 어떨까요? 수영에 능한 강사들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체육지도자가 수상 안전요원 자격을 함께 갖췄다고 하더라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법에서는 둘의 의무를 별도로 구분해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치 목적 또한 다르다고 보는데요.
체육지도자는 수영장 이용자에 대한 올바른 체육활동 지도를 위한 것이고 수상 안전요원은 이용자의 현황을 상시 파악하며 유사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법제처는 이러한 이유로 체육시설업자가 각각의 배치 기준에 맞게 체육지도자와 수상 안전요원을 별도로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하는데요.
안타깝게도 비용상의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사립 수영장에서는 수영 강습이 이뤄지는 동안 수상 안전요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빠짐없이 수영 강습을 진행하더라도 체육지도자와 별개로 수상 안전요원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요. 하지만 수상 안전요원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대신 CC(폐회로)TV가 수영장 내부를 비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지자체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는 공공 스포츠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서구청은 구의회의 예산 삭감을 이유로 4년 넘도록 송도스포츠센터 내 수영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센터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는데요. 2022년 구는 송도스포츠센터의 3년 치 예산으로 2억7100만원을 제출했지만 실제 편성된 금액은 절반이 조금 넘는 1억5300만원이었습니다. 예산이 부족해 안전인력을 고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구와 센터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산 삭감 전인 2019년에도 안전인력을 배치하지 않았기에 지자체 측의 해명은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요. 지난해 6월 해당 센터 수영장에서 60대 여성이 강습을 받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태껏 기준 미달의 상태로 센터가 운영돼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센터는 안전예방을 위해 민간위탁에서 구 직영으로 전환됐습니다.
◇“안전 사각지대 막아라”…AI안전요원 도입하는 수영장들
한편 구조 인력이 있음에도 발생하는 익수사고를 막기 위해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리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미국에서는 익사를 방지하는 AI 로봇이 출시돼 실제 수영장에서 인명구조가 가능한지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AI 로봇은 입수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머신러닝 기술로 학습을 반복할 수 있었는데요. 이용객의 신체 부위와 행동 방식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수영 중인 사람의 머리가 15초 이상 수면 아래에 있을 경우 경보 울리기도 가능했습니다.
로봇을 개발한 업체는 최근 성능이 더욱 향상된 인명 구조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또한 AI를 활용한 것인데요. 해당 제품은 입수 및 퇴수를 식별할 수 있는 압력 센서와 가라앉는 사람을 감지할 수 있는 고해상도 수중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영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기 중인 실제 수상 안전요원들에게 경고 신호가 전송됩니다. 현재 AI 인명 구조시스템은 지중해 등지 호텔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공공 체육시설에 이른바 ‘AI 안전요원’을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있습니다. 인천 서구에서는 전국 최초로 수영장 AI 안전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상용화했습니다.
뒤이어 전주와 강화군에서도 구립 스포츠센터에 관련 시스템을 설치했는데요. 강화군 국민체육센터 내에 설치된 AI 안전관리 시스템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대 120명의 수영장 이용자를 추적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AI 시스템의 정확도는 91%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화군 측은 AI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거치면 ‘수영장 안전사고 제로’도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는데요. 앞으로 AI 시스템이 사고 발생 사각지대를 잡아내며 수상 안전요원의 보조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경예은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기사원본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7938209&memberNo=38212397 ()